앞선 칼럼에서는 뉴질랜드 아동학대의 실태 및 아동학대에 관한 잘못된 사회적 통념, 그리고 아동학대의 정의와 정서적 학대에 관련해 소개 드렸습니다. 이번 호에서도 지난 호의 정서적 학대, 신체적 학대, 성적 학대에 이어 구체적인 아동학대의 종류의 하나인 방임에 대해 계속하여 소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방임 (Neglect) 

방임은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인 보호, 양육,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즉, 보호자가 고의적, 반복적으로 아동에 대한 양육 및 보호를 소홀히 함으로 인하여 아동의 건강이나 복지를 해치거나 혹은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뜻하며, 방임에는 의료적 처치의 거부 등 신체적 방임, 유기, 장시간 아동을 위험한 상태로 방치하는 등의 부적절한 감독, 교육적 방임, 정서적 방임 등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아이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거나, 아동을 불결한 환경에 두거나, 아동이 아픈데 병원에 데려가지 않거나, 아동이 학교에 갈 나이인데 학교에 보내지 않거나, 아동을 호적에 올리지 않거나, 아동을 유기하는 등의 행위를 들 수 있겠습니다. 자신을 지킬 힘이 없는 아이들을 보호자가 고의적으로 또 반복적으로 방치하면 그 결과는 치명적일 것입니다.

우리가 살고있는 뉴질랜드에서는

아래와 같이 방임의 종류를 나누는데요.

신체적 방임 (Physical)  아동을 기본적으로 제대로 먹이지 않거나, 제대로 된 잠자리에서 재우지 않고, 추위나 더위 등을 피하도록 아동을 보호하지 않을 때

의료적 방임 (Medical)  아동이 아플 때 치료해 주지 않고 방치하여, 상태를 심하게 만들거나, 또는 그로 인해 적절한 의료행위를 받을 시간을 놓치게 하거나, 의사나 병원을 찾아 아이가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을 때

유기 (Abandonment)  본인이 어떤 상황에 처하든지, 미리 아동을 돌보아 줄 성인을 구해 놓지 않고, 아이를 떠나거나, 아이를 떠나 오랜 기간 돌아오지 않는 경우

부적절한 감독 (Neglectful supervision)  아동의 성장에 꼭 필요한 적절한 또는 법적인 조치나 감독을 하지 않는 경우

보호자로서의 의무 거절 (Refusal to assume parental responsibility)  보호자나 부모로서 돌봐야 할 아동을 돌보지 않거나 돌볼 능력이 없는 경우

“소리 없는 학대’인 방임은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아동학대가 아동을 계획적으로 해치려고 하는 보호자의 적대적이고, 계획적이며, 공격적인 행동인 반면에, 아동방임은 아동의 욕구에 반응하지 않거나, 잘 보살펴주지 않으며, 아동 복지에 관심 없어 하는 소극적인 행동을 뜻합니다. 즉, 아동학대는 아동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는 가해 행위이며 아동방임은 해주어야 하는 것을 안 해주는 태만행위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방임은 다른 아동학대 유형보다는 달리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동방임 사례는 점점 늘고 있는 추세라는데요. 전문가들은 방임과 유기가 아동학대의 시작점이라고 지적합니다. 방임과 유기에서 출발한 학대가 신체적, 정서적 학대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아동학대사례 유형에서 방임은 36.4%의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하는데요. 방임 가해자는 ‘양육태도 및 방법부족’,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및 고립’의 특성을 지니며, 아동방임 사건으로 인한 가해자 처벌은 거의 이루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뉴질랜드 아동방임 실태

Child, Youth and Family 정부기관의 2009년 통계를 보면 1000명에 한 명(0.393%)꼴로 뉴질랜드의 아동은 아동방임의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또 이 중 63.1% 세 명 중 두 명의 케이스가 실제 아동방임으로 결론이 났다고 합니다. 놀라운 것은 이렇게 아동방임으로 결론이 난 아동 열 명 중 네 명꼴인 41.7%의 아동의 나이가 0세에서 4세 사이로 밝혀 졌다고 합니다.

또 마오리 아동들은 다른 인종의 아동들보다 4.5배 높게, 퍼시픽 아동들은 1.6배 높게 아동방임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 되었다 합니다. 또 거의 절반인 45%의 방임된 아동들은 뉴질랜드의 빈곤지역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실태로 미루어 볼 때, 제 개인적 생각으로는 아동방임은 빈곤과 상관관계가 있으며, 방임에 대한 사전예방을 위해서는 저소득층 고위험군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가족지원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뉴질랜드 아동방임 관련 법

뉴질랜드에서 가장 흔한 종류의 아동방임은 14세 이하의 아동을 적절한 어른의 감독없이 집에 유기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14세 이하의 아동이 부모가 외출한 중에 혼자 집에 있는 경우가 흔하기에 이 부분은 한국서 막 도착하신 교민이시라면, 주의하셔야 할 것입니다.

아동방임관련 죄는 뉴질랜드 법률상 심각한 조항으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The Children, Young Persons, and Their Families Act 1989는 보호가 필요한 아동과 청소년들의 상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는데요.

(a) 아동이나 청소년이 육체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또는 성적으로 학대 당하거나 심각하게 그 권리를 빼앗겨 학대 당하고 있거나 또는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경우: 또는

(b) 아동이나 청소년의 육체적 또는 정신적 또는 정서적 건강의 발전이 저하되어 있는 경우 또는 방임상태인 경우 또는 이러한 상태가 심각하거나 또는 아동의 이러한 상태를 피할 수 없는 경우

그러나 동법은 “방임”에 대한 정의를 따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반면 고의적인 아동방임은 형법(Crimes act 1961)상으로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심각한 범죄의 하나입니다. 또한 방임은 아동학대(child abuse)와 가정폭력(Family violence)의 정의에도 함께 포함됩니다.

아동방임의 예

흔히 알고 있는 아동 유기 등의 극단적인 사례들만이 방임이 아닙니다. 정말 흔한 아동방임의 일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애들만 집에 있는 것 같다”는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아이 셋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습니다. 똥이 묻은 이불과 썩은 기저귀가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고, 아이들의 가방이 옷가지와 음식물 쓰레기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언제 세탁했는지 알 수 없는 이불 위에 빈 음료수 병과 쓰레기들이 온 집안에 널브러져 있는 이러한 풍경은 아동방임의 전형적 풍경입니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보호자인 부모에게는 여러가지 사정이 있겠지요. 예를 들면, 아빠는 지방에서 근무하며 한 달에 한 번 집에 들리고, 엄마 역시 일하며 애들을 돌보느라 몇 년 째 집안 청소를 하지 않았다고 변명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러한 부모의 무책임한 아동방임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결과를 생각한다면, 아동방임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이러한 결과는 미리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동방임의 결과

아동방임의 증가추세에도 불구하고 아동방임은 다른 학대유형에 비해 그 후유증의 심각성이 축소 또는 은폐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방임되는 아동은 성장실패(Failure to Thrive)를 가져와 체중이 증가하지 못하고, 성장이 지연되며 인지 기능의 결함과 발달지연, 중추신경계 장애로 과잉행동, 충동적 행동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인다고 합니다. 또한 감정조절기능의 저하로 인해 위축되거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예측할 수 없고, 심한 불안과 스트레스를 참지 못하는 경우가 보이고, 자기개념의 손상으로 인한 무력감을 가지고, 애착형성의 붕괴, 충동조절 능력의 저하와 또래 관계의 이상, 학교부적응 정신병리 등의 문제를 나타내게 된다고 합니다. 또한 심한 경우에는 사망에까지 이르기도 합니다.

어쩌면 많은 수의 아동이 극적인 학대의 상황보다는 일상적인 방임의 상황에 만성적으로 노출되어 있고, 그 결과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끔찍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주변인 일수도 있는 방임아동의 온전한 권리 보장을 위해 우리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새삼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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