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 이어)

각설하고, 위에 언급한 뉴질랜드 서민 맥주들을 추천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건 바로 이들이 카스, 하이트, 오비라거 형제처럼 라거 맥주라 전체적으로 한국에서 마시던 맥주들과 상당히 유사한 목넘김과 도수를 가지고 있다는 점. 뿐만 아니라, 구분이 모호한 카스, 하이트, 오비라거에 비해 이들은 맛과 향에서 약간의 차별화가 있어 처음 이 맥주들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나름 다양한 맥주를 즐기는 듯한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이들 세 맥주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와 맛을 적어보도록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며 가장 좋아하는 맥주의 역순으로 하나씩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어줍잖은 맥주 평을 하기 앞서, 나름 있어 보이는 척을 하기 위해 목넘김 / 탄산 / 맛 / 냄새 / 기타 부수적인 것들이라는 급조한 기준으로 점수를 주었음을 밝힌다. 또한 전문 테이스팅을 하는 맥주비평가들이 에일 컵, 라거 컵 등 디테일한 환경을 조성하여 평가를 하는 것과 차별점을 두고 서민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모든 테이스팅은 병나발로 진행하였으며 편의상 안주는 생략한 것도 미리 밝혀두는 바이다.

그럼 3위부터 시작한다. 스타인라거 – Steinlager.

녹색의 슬림한 병에 담긴 맥주. 흠, 개인적으로 녹색 병에 들어있는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데 그건 아무래도 소주=녹색 병의 선입견이 강하게 박혀있기 때문인 것 같다. 왠지 모르게 녹색 병에 들은 액체에서는 다 소주 맛이 나는 것 같단 말이지. 스타인라거뿐만 아니라 칼스버그, 하이네켄, 스텔라 아르투아 모두 마찬가지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맛을 보기도 전에 미안하지만 점수가 깎인 케이스. 더구나 스타인라거는 느낌인지 다른 맥주 병들에 비해 병의 둘레가 조금 슬림한 느낌을 주는데 가벼운 맥주라는 이미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겠으나 나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으로 적은 양의 맥주를 산 것만 같아 이것도 마이너스 요인.

다음은 맛인데, 그래도 스타인라거가 다른 두 맥주에 비해 꽤 돈을 들여 만든 맥주라는 생각은 드는 게 그 특유의 묵직한 목넘김과 두꺼운 탄산알이 턱턱 터지는 맛에서 느껴지는 편이다. 역시 급조한 표현인 이 두꺼운 탄산알이라 함은 껍질이 두꺼운 거봉을 먹는 그런 기분을 말하는 것인데, 껍질이 두껍기 때문에 입 안에서 터지는 속도가 늦춰지는 그런 느낌을 뜻한다. 때문에 맥주를 마시는 순간 탄산이 터지기까지의 그 찰나가 다른 맥주에 비해 길어 맥주의 맛을 조금 더 느낄 수 있다는 건데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스타인라거는 좀 더 고소한 맛이 느껴지는 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특별히 그 맛이 엄청 특이하지는 않고 그냥 그래서, 엄청 뭐가 대단한 맛은 아닌, 좀 더 탄산이 세구나, 정도로 마무리 되어지는 그냥 그런 맛. 개인적으로는 한국 맥주와 굉장히 비슷한 맛이 났고 굳이 비유를 하자면 카스의 상쾌한 탄산력에 오비라거의 느낌적인 고소한 맛이 섞인 느낌이랄까. 아니면 이런 비유도 있다. 큰 패트병 카스를 얼음장 같이 차갑게 하여 종이컵에 따라 마시는 것과 같은 맛을 준다. 2% 부족한… 장점은 무난하다는 것. 상대적으로 뉴질랜드의 라거들이 가벼운 맛인 편이니 좀 더 묵직한 걸 마시고 싶다면 초이스 하기 좋은 맥주. 하지만 단점은 역시 무난하다는 것. 축축하고 흐리고 비 오는 겨울의 오클랜드 날씨에 집에서 조용히 홀짝이기 좋은 맥주랄까.

그리고 간발의 차로 2위, 투이 이스트 인디아 페일 에일 – Tui East India Pale Ale.

줄여서 투이 IPA. 투이는 뉴질랜드에만 서식하는 멋진 새로 목도리를 매듭지어 묶은 것 같은 목깃털뭉치가 포인트이다. 독특한 새를 브랜드로 삼은 만큼 그 디자인 역시 굉장히 독특하여 제작된 굿즈 또한 많은 편인데, 특이하게 주황색을 브랜드 컬러로 사용하고 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영역이지만 뉴질랜드에서는 스파이츠 골드 메달 에일과 더불에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맥주. 굳이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스파이츠가 남섬의 자존심임을 강조함에 따라 북섬에 브루어리가 위치한 투이가 어느 정도는 북섬의 자존심으로 여겨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IPA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인디아 페일 에일 특유의 씁쓸함과 상대적으로 두둑한 향을 제공하고 그 때문에 탄산알의 크기가 매우 작은 느낌. 해변에 다 온 파도처럼 잔잔바리 거품이 사사사 터지는 목넘김을 주며 사실 탄산보다는 맥주 맛에 집중해, 임마, 윽박지르는 느낌이다. 하지만 여기서 충격적인 사실 하나는, 투이IPA가 에일 맥주가 아니라 라거 맥주라는 것. 그렇다면 아마도 부가적으로 무언가를 섞어서 IPA맛을 흉내낸 것으로 보여지고, 그렇다면 이건 약간 사기인데…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다른 두 맥주에 비해 독특한 맛을, 비슷한 가격에 주기 때문에 추천에 무리가 없는 맥주. 사실 말만 안 하면 라거라는 걸 모르고 먹을 수 있을 정도. 원래 에일 자체가 하도 종류도 많고 다양하고, 초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어떻게 라거로 이런 에일 맛을 냈지, 대단하다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 그 특징으로 말미암아 뉴질랜드 놀러 온 손님에게 내놓기 좋은 맥주이며, 그런 경우에는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옛 선조들의 속담을 반드시 기억할 것. IPA처럼 색깔이 불그죽죽한 편이니 걸릴 확률 0%. 잘 어울리는 날씨는 해 떨어진 여름 밤, 아니면 어디론가 이동 중에 차 안에서, 또는 배 안에서?

 

(3부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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